아르헨티나 하면 생각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에바 페론이나 탱고, 아니면 메시를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제 세대에게는 단연 디에고 마라도나입니다. 그는 너무도 사랑스러웠고, 동시에 너무도 문제 많았던 사람입니다. 축구를 예술로 만든 천재이자, 인생을 망가뜨린 반항아입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름 중 하나가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마라도나의 출생과 타고난 재능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의 빈민가, 비야 피오리토에서 태어났습니다. TV에 나오는 깔끔한 축구장이 아니라, 먼지와 돌멩이로 가득한 골목이 그의 첫 번째 운동장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는 여덟 살 무렵부터 축구공을 떨어뜨리지 않았습니다. 진짜 문자 그대로입니다. 잠도 공을 안고 잘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시절 마라도나는 볼을 '다루는' 게 아니라, 마치 말을 걸고 대화를 하는 것처럼 다뤘습니다. 그 작은 체구에, 절대 넘어지지 않는 낮은 무게 중심, 그리고 누가 가로막아도 다시 일어나서 돌파하는 끈기가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게 빈곤에서 살아남는 법과 이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축구를 하지 않았다면, 난 아마 강도가 되었을 것입니다." 진심이었을 겁니다. 마라도나에게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유일한 탈출구였습니다. 마라도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얘 누구입니까? 사람이 아닙니다.” 그 정도로 그는 비현실적인 볼 컨트롤을 보여줬습니다. 한 번은 훈련 때 축구공을 1,000번 넘게 리프팅했는데, 마지막에 신발 끈을 묶는 동안에도 공을 떨어뜨리지 않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하지만 마라도나는 경기 외적으로는 ‘망나니’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약물, 폭력, 기자와의 싸움, 지나친 파티 문화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저런 인간이 어떻게 대표팀 주장입니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경기장 안에서는 누구보다 순수한 열정을 가진 선수였습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보여준 그 두 골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하나는 손으로 골을 넣고 “신의 손”이라 했고, 다른 하나는 미친 드리블로 5명을 제치고 넣은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골이었습니다. 선과 악, 천재와 악동, 진심과 연기가 모두 공존합니다. 이 모든 게 한 사람 안에 존재했습니다. 이건 연극도, 영화도, 소설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마라도나의 인생 자체였습니다. 일부러 그렇게 하라고 해도 하기 힘들었을 한 사람의 인생입니다. 하지만, 그 모습 속에서도 그의 타고난 재능과 그 재능을 잘 갈고닦는 그의 노력이 결국은 대중과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과 이탈리아 나폴리 클럽의 우승으로 모든 업적을 이루다.
우린 자꾸 위대한 사람은 ‘모범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라도나는 달랐습니다. 그는 너무 인간적이었습니다.
실수하고, 무너지고, 후회하고, 때론 거짓말도 했습니다. 그래도 축구만큼은 진심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진심이 팬들의 가슴에 남았습니다. 한 아르헨티나 팬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린 마라도나를 믿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 말이 마라도나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믿기 어려웠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미워할 수 없었던 사람입니다.
항상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고 무너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일어나 다시 싸우고 투쟁하고 자신의 재능을 갈고닦기는 정말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마라도나는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썩히지 않고 그 어렵고 힘든 여러 가지 인생의 고비 속에서도 잘 갈고닦아 세계 최고의 재능을 뽐냈습니다. 그는 월드컵을 들어 올렸고, 이탈리아의 나폴리를 우승시키며 한 도시 전체를 신앙으로 바꿔버렸습니다. 당시 나폴리에는 이런 낙서가 있었다고 합니다. “예수는 잠깐 왔다 갔지만, 디에고는 우리를 위해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그는 진짜 신은 아니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신 이상이었습니다. 아픔과 고통, 열정과 광기의 그 모든 감정을 축구라는 언어로 풀어낸 예술가였습니다.
선수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인간미를 풍기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는 ‘인간’이었다는 사실. 그가 남긴 건 기록이 아닙니다. 기억입니다. 아르헨티나 소년이었던 그가, 세계 무대를 휘저었던 모습입니다. 경기장 안에서의 반짝임, 경기장 밖에서의 엉망진창인 모습도 말입니다. 그 모든 것이 진짜 마라도나였고, 우리는 그런 마라도나를 사랑한 것입니다. 밖에서는 그렇게 난장판이었지만, 축구장 안에만 들어오면 그는 누구보다 열정을 바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기에 축구장 안에서만큼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겁니다. 드리블이면 드리블, 슛이면 슛, 패스면 패스, 심지어는 연습 때도 마치 춤을 추는 듯한 트래핑 기술을 보여주면서 그는 독특하면서도 남다른 최고의 기량과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고, 그는 그러한 사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최고의 재능을 마음껏 뽐내어 아르헨티나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의 재능을 가진, 지금도 전 세계의 축구를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최고의 전설로 불리고 있습니다. 디에고 마라도나는 완벽하려고 애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그저 자기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었습니다. 망가졌지만, 뜨거웠고, 흔들렸지만, 꿋꿋했습니다. 그리고 꾸준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그런 진심이 필요했던 것이었습니다. 축구장에서만큼은 세계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그런 재능의 진심 말입니다. 디에고 마라도나, 축구의 신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입니다.